雜食性 人間

세상이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

하나 뿐인 마음 2020. 4. 17. 14:36

수잔 L. 나티엘 지음. 이상훈 옮김.

 

"나는 이 책이 두려움과 외면이 아닌 더 많은 이해와 더 많은 배려와 허용이 있는 곳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낙인은 대낮의 밝은 햇빛 속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나는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어둡고 외로운 곳에 가느다란 빛으로 밝게 비추길 바란다." - 에필로그 중 -

 

부모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어느 날 갑자기 무방비 상태로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의 상태에 놓인 아이들의 이야기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편견으로 더 가혹한 삶을 살아가야 했던 이들이 이 말고도 얼마나 더 많았을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아이들을 지켜줘야 했던 어른들의 부재가 너무 가슴 아팠다. 알아봐 주지 못하고 '네 탓'이 아니라고 알려주지 못해, 나도 그들에게 낙인을 찍으며 살아오진 않았을까.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눈을 가리며, 내 눈마저 가려가며 살아가고 있진 않았을까. 부족한 나의 기도가 이 아이들에게 가 닿길, 희미하게나마 빛을 비추어 아이들의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밝힐 수 있길 희망한다. 

 

편집자 선생님의 선물로 만난 이 책은, 하나의 책이라기보다 기도로의 초대에 가까웠다. 기도는, 기도를 받는 이들에게도, 기도를 하는 이들에게도 은총이다. 이 책 역시 내게도 은총이었다. 부족한 제가 이 책을 만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책을 덮은 후에는 표지 그림을 오랫동안 다시 보았다. 음악을 연주하고 싶지만,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인가, 고단한 표정으로 겨우 악기를 붙잡고서 기대듯 고개를 떨군 천사. 책을 읽고 나니 그림이 다시 보였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나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게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자녀들이 자신이 당연히 받았어야 할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해 아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관계의 시금석은 ‘우리는 자신을 악하거나 약하게 만드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과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 화가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

"자신의 아픔에 대해 들여다보고 충분히 스스로, 혹은 부모 외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픈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덮으면, 불씨를 짚으로 덮는 일처럼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언젠가는 모든 것을 태울 분노가 되어 번질 수도 있다. "

"어린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자신이 '나쁘다'고 들으면 나쁜. 것에 대한 핵심 감정을 내면화하게 된다. 아동은 자신을 나쁘게 보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문제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아버지는 사건이 일어난 후 늘 사과하곤 했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달리 행동할 줄 몰랐고 배우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팀과 같은 가족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문제가 자신들의 잘못도 책임도 아니며, 자신들이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단호하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

"그는 자신의 긍정적 감정을 더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어머니의 삶보다 더 만족스럽다는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 보였다. 자신의 부모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 모두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자기 파괴적인 무의식적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생사를 가로지르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온 몸을 던져 여행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뛰어난 선박 건조술뿐만 아니라 오랜 투지와 경험으로 다져온 항해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