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食性 人間

걷는 사람, 하정우

하나 뿐인 마음 2019. 6. 5. 22:11

하정우 지음. 문학동네.


'우울할 땐 뇌과학'을 읽고 연달아 이 책을 읽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나처럼 사는 사람이야 당연히 이렇게 걸을 수야 없겠지만, 이 책을 읽었으니 걷기에 대해 좀 더 다른 생각을 가져보려 한다. 선하고 바른 생각, 그리고 그걸 지켜내고 행할 힘에 대해 생각한다. 걷기 수행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적어도 일할 때처럼 공들여서, 내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꼭 걷기에 관한 얘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유난히 힘든 날이 오면 우리는 갑자기 거창한 의미를 찾아내려 애쓰고,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 ‘사실 처음부터 다 잘못됐던 것이다’라고 변명한다. 이런 머나먼 여정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최초의 선택과 결심을 등대 삼아 일단 계속 가보아야 하는데, 대뜸 멈춰버리는 것이다."

"장거리를 걸을 때는 지치기 쉽다. 판단력도 흐려진다. 그러므로 걷는 시간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때가 있다. 바로 ‘쉬는 시간’이다. 평소보다 많이 걸을 때는 운동화 속의 아주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가 발바닥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면 잘 참고 걸어왔던 그간의 시간도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쉬는 시간에는 지쳤다고 숨만 훅훅 몰아쉴 것이 아니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동화 속과 두 발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다음 오십 분을 분비해야 한다. 지쳤다고 그냥 늘어진 채로 목구멍에 물만 들이부으면 영락없이 탈이 난다. 누구도 쉬지 않고 계속 걸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예술이 지금 여기에 발붙이고 있는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면, 일탈과 충동은 스스로를 완전히 넘어섰다는 착각을 불러온다."

"루틴의 힘은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거나 의지력이 약해질 때, 우선 행동하게 하는 데 있다. 내 삶에 결정적인 문제가 닥친 때일수록 생각의 덩치를 키우지 말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살다보면 그냥 놔둬야 풀리는 문제들이 있다. 어쩌면 인생에는 내가 굳이 휘젓지 말고 가만 두고 봐야 할 문제가 80퍼센트 이상인지도 모른다. 조바심리 나더라도 참아야 한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 해결하고 샆은 조급함 때문에 좀처럼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어쩌면 그 순간 우리는 답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나는 별 뜻 없이 한 말도, 일단 입 밖에 흘러나오면 별 뜻이 생긴다고 믿는 편이다."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