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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괴물

하나 뿐인 마음 2019. 1. 1. 19:46

김미애 지음. 소복이 그림. 문학과지성사.


누구나 마음속에는 작은 괴물이 살고 있어요.
무서워하는 마음이 만들어 낸 괴물,
나쁜 마음을 부추기는 괴물.

하지만 앞서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나는 씩씩하게 괴물을 물리칠 거예요.


마냥 순진하고 귀여운 고슴도치와 멧돼지가 그만 착각을 해서 일어난 헤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다가 점점 마음 속에 묵직한 뭔가가 올라왔다. 어진 스승도, 눈 맑은 영성가도 찾기 어려운 시절이란 생각을 하던 터여서 그랬는지 곰 할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책을 덮을 즈음엔 마음 속에 오래 남아 있던 일들이 떠올랐다. 


겨우 두번째 본당이었고 나는 유기서원자였다. 현실보다 이상이 한참 앞서던 시절. 복사단 총무를 하고 있던 아이가 돈이 탐이 나서 뻔한 계획을 세워 감행했고, 나는 주일학교 출석과 그 아이의 잘못을 바꿨다. 용서만이 이 아이를 품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갚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갚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거짓말의 무게를 좀 더 생각하도록 했어야 했나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또 한 번은 거짓말을 하고 서로 단합해서 나를 속였던(운동장에서 더 놀고 싶어 복사 당번인 줄 알면서도 전화를 끄고 동생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녀석들) 아이들이 있었는데, 열흘 넘게 기도하고 고민한 다음 복사단에서 제명시켰다. 그리고 다시 평일미사 참례를 하고 복사단에 재입단하도록 했고, 결국 하나는 그대로 그만두었다. 두번째 때는 고민할 때도 힘들었지만 결정하고 난 후에 며칠을 앓았다. 품어주진 못하고 아픔만 준 건 아닐까.나는 아직도 어떤 선택이 옳은 건지 알지 못한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 모든 일에 원칙처럼 적용할 순 없다 해도, 지금은 나만의 기준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그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비난하지 않되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 알려줄 것. 책임지거나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함께 찾을 것. 이후로도 바른 길을 가도록 응원해줄 것. 그리고 결과는 맡기는 수밖에... 


나는 이 이야기의 결론이 너무 좋았다. "우리는 내일 괴물을 찾으러 떠날 거예요... 저는 지금 엄니를 뾰족하게 갈고 있어요. 고슴도치는 가시를 더욱 바짝 세우는 연습을 하고 있지요. 저는 제가 지키던 호박을 찾아올 거에요. 그리고 고슴도치는 벌레를 찾아올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