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흐름출판.
살아가면서 나는 자잘한 의문을 품게 되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알바생들이 당하는 각종 폭력과 부당한 대우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부당한 해고자들의, 죽음보다 가혹한 삶을 전해 들을 때마다 그들을 기억하고 작은 도움과 기도를 드리려 하지만, 간혹 내가 현실에서 만나는 이들은 세상 일에 조금 서툰 우리들을 무시하거나 불친절했고 주어진 일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너무 쉽게, 함부로 하기도 했다.
그저 모든 것이 귀찮고 싫어서 도저히 주어진 일을 해낼 마음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무성의하거나 부주의하게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도가 넘는다 싶을 정도로 상대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악덕 기업주, 무자비한 사장님, 부도덕한 상사... 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건 늘 현실이 내게 분명하게 보여줬다. 뉴스와 트위터에서 만나는 세상과 내가 속한 세상이 다른 것처럼 생각되었고 사회 구조 개선과 복지 증진, 최저임금 인상...등 국가적 정치적 혹은 공적 영역의 개선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개인적 차원의 무엇에 대한 생각.
이 책은 이런 내 자잘한 의문과 고민, 그에 대한 나의 생각에 동의해 준 책이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은 오지 않더라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보통의 물고기들이 적당히 노닐고 매일 먹이를 먹고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이루어지길.
p.124
"아가, 살다 보면 자기를 위한 일이 아니더라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단다. 싸우는 게 옳은 선택일 때가 있는 법이야. 내일은 그 친구를 보호해 주렴. 너를 보호 할 일이 생기거든 그렇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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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8
"워낙 말도 안 되는 지침이라서, 처음에는 따르든 말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소 엄한 규정쯤으로 생각했다. 나는 호기심리 많은 아이였는데, 복음주의 신학에 깊이 빠져들수록 점점 사회의 여러 분야를 맹목적으로 불신하도록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화론과 빅뱅이론은 이해가 아닌 맞서야 할 이론이 됐고, 내가 들었던 설교의 대부분은 다른 기독교인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신학적으로 다투기 위한 선을 그어놓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단순히 성서 해석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그들을 기독교 정신에 어긋나는 사람들로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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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1
"그 시절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할모와 함께 지낸 3년의 세월이 나를 절망에서 구해냈다. 그때는 할모와 함께한 시간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혀 몰랐다. 할모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로 눈치 채지 못했으니, 우리가 서로 일생의 벗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또한 알았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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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6
"남들에게는 근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부당한 대우 때문에 일을 못 해먹겠다고 합리화한다. 오바마가 탄광을 폐쇄했기 때문이라느니, 중국인들이 일자리를 죄다 차지했기 때문이라느니 하는 이유를 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죄다 우리 앞에 놓인 세상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생겨난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려는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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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2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능력은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노력 부족을 능력 부족으로 착각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이 사람들이 내게 백인 노동 계층의 어떤 점을 가장 변화시키고 싶으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자신의 결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마음”이라고 대답하는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