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12-15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dailyreading
다른 복음과 달리 마르코 복음사가가 전하는 이 유혹 사화에는
악마나 유혹자가 호기롭게 나타나 예수님을 꾀는 장면도 나오지 않고 예수님이 담대하게 유혹을 뿌리치며 승리하는 장면도 없다.
담담하게 유혹을 사십 일 동안 받았음만 전하며
오히려 들짐승과 함께 지내셨다는 것, 천사들이 시중을 들었다는 것을 덧붙여서
그분이 승리자이심을 조금은 건조하고 간결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난, 그분의 고뇌가 드러나지 않은 이 마르코 복음의 유혹 사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마태오나 루카의 유혹사화를 꼼꼼하게 뒤따라가며
그분이 받으셨던 유혹을, 세상의 유혹들을, 내 삶에서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유혹들을 떠올려보고, 힘을 얻어 내 삶을 정리해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러다 오늘, 아주 오랫동안 간과했던 것이 무엇이는지 조금 알 듯 하다.
천사는 그저 예수님의 편의를 위한 시중을 들었던 것이 아니라,
악마의 유혹에 시달려 온전히 망가진 예수의 몸이 회복되도록 간호했던 것이라는 것을.
내가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껴보려 했던 그 유혹은 훨씬 더 강렬하고
몸과 마음 모두가 소진될 정도의 위험한 것이라는 것을.
매순간 유혹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늘 조금은 자신만만했고 쉽고 가볍게 대하고 있었음을 반성한다.
온 힘을 다해 유혹을 대하지 않았음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거나 다음으로 미룰 때도 마음이 무겁지 않았음을 반성한다.
지쳐 쓰러져 일어날 수조차 없는 예수를, 팔을 뻗어 예수를 일으키려는 수많은 천사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어쩌면 유혹 앞에서 나는 더 힘을 소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