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29-39 이 사람, 이 여인 뿐 #dailyreading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마르 1,31)
이 이야기는 내게 늘 어려운 묵상 중 하나였다.
왜 성경엔 종과 천사(천사는 하느님께만 시중을 들었다) 말고는 여자만 시중을 드는 것인가,
왜 이 여인은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사위의 친구들 시중을 드는 것인가,
왜 성경은 지극하게 여인을 보살피며 시중 드는 남자는 찾아볼 수 없는가.
이 부분을 묵상할 때마다 올라오는 '부당하다'는 생각,
더불어 속상하고 서운해서 묵직하게 속에서부터 아파오는 이 감정과 통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말없이 이 여인을 계속 따라가 보았다.
고된 하루 일상(그 당시 보통의 여인들은 모두 새벽 물긷는 것부터 시작하여 하루가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을 그려보고
결국 아프고, 일어나지 못하고, 외로움과 걱정 속에서 몸져 눕고, 열에 시달리고,
혼자서 앓다가, 사위의 친구들이 들어오고,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거짓말처럼 열이 가시고, 불편하고 고독했을 병상에서 몸을 일으키고,
씻을 물과 음식 마련을 시작하고...
이 과정을 수도 없이 머리에 그려가며 따라가 보았다.
말 한 마디 없는 이 여인의 동작 하나하나를 상상해 보며...
예수님으로부터 치유된 사람 중에
이렇게 말 없이, 당장
타인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한 사람이 있었던가.
조용히 제 길을 가거나 예수의 대한 소문을 퍼뜨리거나
제자가 되려는 사람은 많았지만,
남을 살피고 남에게 필요한 일을 제일 먼저 시작한 사람은
이 사람이 유일하다.
오직 이 여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