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인 마음 2018. 1. 22. 20:21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마음산책.

두번 째의 라히리 책.

세 사람과 그들과 함께 흘러가는 압제와 저항, 이상과 현실, 이타심과 자애심, 가족과 개인...의 역사.

또한 이상을 꿈꾸고 매력적이며 충동적이지만 서툴기도 하고 고뇌도 깊은 젊고 푸른 시절의 나(우다얀), 우연과 인생과 현실의 혹독한 배신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펼치고 싶은, 깊은 상처를 입고서도 버티고 있는 차갑고 외로운 나(가우리), 그러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타인을 끌어안고 기꺼이 책임을 져가며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나(수바시)의 이야기.

고여 있는 물이 불어나 하나가 되기도 하고 말라서 둘이 되기도 하는 저지대의 물웅덩이들처럼 경계를 허무는 빗줄기, 흐르지 못해 썩어버린 부유물,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말라가며 서서히 갈라 서고 헤어짐의 반복. 살기 위해 혹은 죽어서도 되돌아가야 하는 저 낮은 곳.

p.26

"어떤 색깔은 식별하지 못하는 동물처럼 우다얀은 자기통제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수바시는 나무껍질이나 풀잎과 분간하기 어려운 어떤 동물들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최소화하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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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

"그 소식에 둘 다 충격을 받았지만, 우다얀은 그 일이 개인적인 고통인 것처럼, 실제로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반응했다."

형이 경찰에게 맞던 순간 소리치며 형을 얼싸 안았던 우다얀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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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

"어쨌든 상황은 끝난 거 같다, 수바시가 말했다. 우다얀은 방을 나가기 전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시작일 뿐일지도 몰라, 그가 말했다.
무슨 시작?
더 큰 일의 시작. 다른 어떤 사태의 시작."

같은 시대에 같은 사건을 접하며 한 명은 끝을 보았고 한 명은 시작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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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형, 문제가 있는데도 들고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그 문제에 기여하는 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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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4

"그는 책을 가우리에게 돌려주었는데, 책을 덮어버려서 그녀가 읽던 자리를 알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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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1

"우다얀은 이 사람을 떨리는 손으로 단호하게 몰아붙이며 깨끗이 닦는다. 그래서 그녀는 유리의 얇은 먼지 막이 닦인 것처럼 자기 자신을 더 또렷이 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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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9

"그것은 그의 최초의 기억으로 1947년 8월의 일이었다. 그 기억이라는 게 단지 위로받고자 하는 마음이 빚어낸 착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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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9

"일부 나무들에는 아직 이파리들이 몇 개씩 달라붙어 있었다. 그 이파리들은 왜 다른 잎처럼 떨어지지 않았는지 그녀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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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5

"쉽지 않은 일을 감행하긴 했지만 이 역시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 쌍의 귀고리 중 한쪽을 잃어버렸을 때 나머지 한쪽을 간직하는 것이 소용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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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0 ~ p.441

"예상했던 대로 그 많은 정보와 견해에도 불구하고 그가 참여한 흔적은 없었고 그가 한 일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당시 캘커타에는 이름 없이 헌신하고 이름 없이 처형당한 우다얀 같은 투사들이 수백 명이나 되었다. 그의 활동 내용은 기록되지 않았고, 그가 받은 벌은 그 당시에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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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66

"“아트마 데바남 브후바나샤 가르브호.” 신들의 연혼, 이 모든 세상의 씨앗. 거미는 자신의 실로써 공간의 자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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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26

"그는 다시 이곳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서 마지막으로 풍경을 마음에 담는다. 또 다른 돌을 향해 걸어가다가 발을 헛디뎌 휘청인다. 돌에 손을 뻗어 몸을 지탱한다. 여정의 끝 무렵에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알려두는 표지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