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contemplativa

곪은 상처는 스치기만 해도 아픈 법이다

하나 뿐인 마음 2016. 12. 2. 22:57


난 솔직히 요즘 페미니즘에 관한 논란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정말 잘 모르겠다. 이것이 여혐이냐 아니냐 정의내리는 기준도 여자인 내 눈에도 애매하고 어렵다. 물론 '여자'이기 때문에 억울했던 이야기나, '여자'가 아니었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대접이나 공격에 관한 이야기는 무한정 풀어놓을 순 있다. 하지만 이 경험들을 풀어놓는 것만으로는 인간의 무게를 나란히 두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와서 ... 라고 포기하고 싶을 만큼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에서 고단하게 살아왔다. 수녀로서의 삶은 더 높은 이상을 지향했던 만큼 추락의 속도는 빨랐고 절벽 아래는 아득하게 깊었다. 그래, 수시로 나락을 절감했다. 피부로 느끼는 이 불평등에 대한 감정이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인가 싶다가도, 자신은 그러지 않았노라 억울하다 생각하는 이들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내가 여자의 전부는 아니지만 내 삶이 하나의 사례이자 엄연한 명징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오늘 이 짧은 생각에서 모든 면을 다 다룰 수는 없지만, 과한 반응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곪은 상처는 스치기만 해도 아픈 법이고, 손가락 하나의 무게에도 으스러질듯 아픈 건 이미 부러져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그리고 전 여자로 태어난 제 삶에 후회 없습니다. 회한은 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