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1-12 주님 공현 대축일
조그만 하느님, 아주 작은 빛 아기 예수가 조용히 세상에 태어나셨습니다.
세상은 그분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고
제 삶에 충실하던 일부 사람들만이 그분 오심을 가까스로 알아채고 그분의 탄생을 조촐하게 기뻐했습니다.
하늘의 환성에는 비할 수 없는 속삭임 같은 환영의 자리, 기쁨의 자리.
가장 작은 마을, 가장 작고 누추한 곳에서 구원의 뜻이 드러났습니다.
어느 한 민족, 한 백성 시대에 머물지 않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이 전해짐이 드러났습니다.
가장 작고 가장 연약한 모습을 한 이 아기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도, 자신을 맞아주지 않아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아도, 심지어 자신을 미워하고 죽이려 해도
구원 의지를 거두지 않고 오히려 사랑을 주겠다 합니다.
하지만 그분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높은 사람도 가진 사람도 믿는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평생 별을 연구하던 박사들이 아기 예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양을 치며 산과 들을 누비던 양치기와 목동들이 아기 예수을 만났습니다.
가난하지만 진실한 삶을 살던 이들이 결국 아기 예수를 만났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시련을 받아들이고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가졌던 여인이 결국 아기 예수를 만났습니다.
타인의 아픔과 무거운 책임을 받아들였던 가난한 목수가 결국 아기 예수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결국 아기 예수를 만나야 합니다.
예수님의 구원의 뜻은 아니러니하게도 우리들과 만날 때 드러납니다.
빛이신 분은 우리들을 만나야 환하게 우리들을 비추십니다.
그 머나먼 곳에서 우리들을 만나기 위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으신 그분이
우리들을 환히 비추실 수 있게,
이제는 우리가 다가서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조금 늦더라도, 아직은 주저되더라도 결국 우리는 아기 예수를 만나야 합니다.
고요하고 거룩한 밤에 오신 연약하고 그지없이 순결한 아기 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