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Bookstore
H수녀님 엘에이 구경도 시켜줄 겸 오전을 이용해 주교좌 성당 순례를 갔다가 미리 검색해 둔 헌책방을 찾아 갔다. 남은 몇달 동안만이라도 근처 책방 구경을 해야겠다 싶었고,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천편일률적인 책방만을 보다가 이곳에 와서 볼 줄도 모르는 영어 책만 가득하다고 해도, 어쩌다 들리게 되는 책방이 얼마나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지...^^ 얼마나 유명한지도 모르고, 그저 근처 책방을 검색해서 로드뷰만 확인하고 찾아간 곳이 바로 The Last Bookstore.
The Last Bookstore로 찾아가는 길, 성당에서 본 날개사진들을 보고 일단 이 그림이 그려져있는 골목부터 찾아나섰다. 우리에겐 그나마 이게 LA 명물 아니겠음...^^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이었는데도 마침 아직도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있었고 근처를 지나면서 발견하자마자 딱, 포즈부터 잡으시는 H수녀님 ㅎㅎㅎ
2층에서 내려다 본 서점. 헌책방 특유의 매캐함과 낡은 종이 냄새로 가득한 이 어마어마한 공간 구석구석에서 선풍기가 돌아가고 뮤지엄처럼 마련된 테마 쪽공간, 곳곳에 쉬어가는 의자들, 소품들... 어리둥절 헤매기만 하다가 2층에 올가다 보니 나름 질서 정연하게 배열된 책장들...^^ 역시 멀리서 내려다봐야 질서가 보이는 법. 상황에 파묻혀 있는 동안은 헤매이기 마련이지.
책을 고르다 털썩 주저앉으라고 놓아둔 소파인 거 같긴 한데, 그닥 편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앉을 수 있는 소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편안해지는 서점. 중간중간 놓여진 테이블 주위를 빙빙 돌며 책을 뒤적이다가 다리 아프다 싶을 땐 앉아도 좋을 소파. 대충 꽂혀진 책들처럼 소파 역시 대충 놓였음.
여긴 나의 어릴적 국민학교 때 만화방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 곳곳에 테마별로 마련된 공간이 제법 있었다. 어두운 데다가 털털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따라 먼지마저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터라, 그닥 앉아서 책을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
어린이 코너라 그런지 어린이용 책상과 의자. 검은색이 생뚱맞은데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볼 어린이가 있을까 싶긴 했지만 나름 재밌었음. 게다가 나의 영어 실력에는 어린이 코너가 딱! ㅎㅎㅎ 이런 어린이 책이라도 술술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야...^^
약간 기프트샵 코너. 노트랑 가방 몇 가지 말고는 별것도 없었지만. 근처엔 LP판과 화보 같은 것도 잔뜩.
2층 코너에 있던 장식. 약간 내 방 책장 같기도 하고, 내 정신세계 같기도 하고^^
가운데가 뻥 뚫린 책장. 책 너머로 짝사랑 훔쳐보는 재미는 없겠지만, 친구들이 깜빡하고 나 내버려둔 채 떠날 일도 없겠지. 게다가 나, 책들을 세우지 않고 눕혀서 정리하는 거 좋아하는데....^^
2층 Artist Shoppes로 넘어가는 입구. 책터널? 한 권이라도 빼버리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겠지? ㅎㅎㅎ 어쨌건 저렇게 쌓아올려서 터널을 만들고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는 건, 보통일이 아니라고 생각함... 그래도 청소할 때마다 노심초사 아닐까? 나름 이래저래 각도를 돌려가며 찍어도 사진이 허접하게만 나오던데... 며칠 후 우연히 CNN 기사에 'the world's 18 coolest bookstores' 중의 하나로 소개된 걸 봤는데 사진 수준이....ㅎㅎㅎㅎ
요것이 바로 CNN 사진이고....ㅎㅎㅎ 그 어두운 책방에서 이 빛들은 다 어디에서 온건지...ㅋㅋㅋ 게다가 이 터널 복도가 왜이리도 길어 보이는 건지 ㅋㅋㅋ 역시 과학기술의 승리!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와 작업실이 있던 복도. 오전엔 거의 문을 열지 않아 작업하는 건 볼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이런 공간이 있음이 그들에게도 우리들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예술 관련 책 코너는 오전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구경하고픈 마음이 굴뚝이라 슬쩍 엿봤더니 젊은 아티스트께서 벽화 작업 중. 거의 세밀화 수준의 그림을 저렇게 그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아쉬운 마음은 끝!
집으로 돌아와 검색해보니 밤에는 팟캐스트 녹음이나, 북콘서트, 파티 등등도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변하는 곳이었다. 우연히 들른 곳 치고는 무척이나 운이 좋았던 하루. 다음엔 Skylight Books에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