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3,44-52 그분은 이미 우리를 사셨다
마태오 복음 13장에는 하늘 나라에 관한 비유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누룩의 비유,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 그물의 비유 이렇게 모두 7가지가 나온다. 그 중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는 분량이 적기도 하지만 각각의 비유로 나눠져 있지 않고 하나의 제목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숨겨진 보물이라는 비유와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 비유를 함께 묶어 놓았다. 왜일까.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아, 발견한 사람은 잘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보물만 사는 것이 아니라 보물이 묻힌 밭도 함께 말이다.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아, 발견하면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The kingdom of heaven is like treasure hidden in a field, which someone found and hid; then in his joy he goes and sells all that he has and buys that field.
첫 번째 비유에서 하늘 나라가 보물이라면 우리는 발견한 사람일 것이다. 발견한 사람인 우리는 하늘 나라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팔아 보물만이 아니라 보물이 묻혀 있는 밭을 통째로 산다. 하늘 나라는 성당에만, 내 종교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 묻혀 있다. 하늘을 얻기 위해서는 세상을 얻어야 한다. 세상을 외면한 채 하늘 나라만 달랑 가질 순 없다는 말이다.
Again, the kingdom of heaven is like a merchant in search of fine pearls; on finding one pearl of great value, he went and sold all that he had and bought it.
두 번째 비유에서 하늘 나라가 '상인'이라면 우리는 당연 '진주'일 것이다. 하늘 나라에 계시는 그분은 진주를, 그것도 '좋은 진주'를 찾는 분이시며 발견하자,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이미 '사셨다'(과거형).
인간 쪽에서만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늘 나라를 사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도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우리 인간을 사신다, 아니 이미 사셨다. 사랑하는 외아들 예수를 세상에 보내셨을 때, 마지막 목숨마저 내어놓고 인간들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이미 우리들을 '사셨던' 것이다. 우리 중에는 아직 보물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가진 것을 다 팔지 못해 여태껏 그 밭을 사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이미 우리를 사셨구나'라는 깨달음은 나를 어디로까지 데려가는지... 짧은 네 줄의 복음 앞에서 두 시간째 넘게 떠나질 못하고 있다.
남아 있는 문제는 우리가, 내가, 정녕 값진 진주처럼 살고 있느냐는 것일 테다. 우리를 사셨던 그 순간에는 우리를 '값진 진주'라 여기셨다는 것일테고 우리가, 내가 애초 그 모습을 얼마나 잘 지켜내고 있느냐는 것일 테다.
(성경 본문은 The New Oxford Annotated Bible을 참고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