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contemplativa

방울 토마토

하나 뿐인 마음 2014. 7. 22. 02:48


언젠가 피정에서 나는 강의를 끝까지 듣지 못한 적이 있다. 마음 편히 잠깐 곁길로 새는 내용이었는데 내겐 남탓 같기만 하고, 쓸데 없는 말 같았었다. 두 번 들은 후 난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하지만 혼자 피정 방에 머무는 동안, 서서히 드러났다, 나를 괴롭힌 건 그 '말'이 아니라 그 말에 대한 나의 '판단'이라는 것이.


나는 방울 토마토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저렇게 방울 토마토가 자라는 걸 보면서 보기 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늘 나는 새더러 그리 날지마라 하지도 않고, 꽃더러 제대로 피어나라 하지도 않는다. 강물더러 물길 바꾸라 하지도 않고, 싫어하는 방울 토마토라 해도 잘 크지 못하면 애처롭고 잘 자라길 바란다. 그런데 어쩌다가... 사람에게는 그런 마음을 품고 사는지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난,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요구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마음 속 판단을 멈추지도 못하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면 그 사람만의 아름다움, 선한 마음, 상처에 눈감게 되고 하느님의 모상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나라도 예외일 수 없는 것.


내가 방울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방울 토마토 나무는 방울 토마토를 열매 맺는 것이 당연하다. 토마토더러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열매 맺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사람에겐 다른 열매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게, 참 부끄럽고 안타깝고 미안하다. 


수녀원 마당에 앉아 방울 토마토를 바라보다가 반성 실컷 하고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