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2
아트 슈피겔만 지음. 귄희섭 역. 아름드리.
번듯한 이야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그리고 적어서 버젓이 세상에 내놓아준 이 만화가 참 고마웠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같은 책도 참 의미 깊고 좋은 책이지만, 우리 사는 세상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다 있는 법 아닌가.
유태인을 쥐로, 나치를 고양이로 표현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의 날것으로 드러내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겠지. 그 끔찍한 지옥을 경험하고 살아남은 것을 수완이 좋아서라 말하는 아버지와 그럴 때마다 잔소리 운운하며 연민은 커녕 짜증과 역정을 감추지 않는 아들. 타고난 천성도 있었겠지만 가감 없는 내 삶을 고해성사라도 본듯 해서 속이 후련했다. 큰 일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가 의인, 현인이 되는 것은 아닐터. 고통이 모두를 성인으로 만드는 것도 아닐 뿐더러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성인을 기대해서도 안되는 거겠지. 우리에겐 성인이 되는 것보다 '나 자신'이 되는 게 우선 당면 과제임이 퍼뜩 떠올랐다.
시시콜콜 불평불만이고, 당한 만큼 갚아주고 싶어하고, 탓 없이 당한 세월 그 누구에게라도 받아내고 싶어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그를, 칭찬하거나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그렇게 살아내 주어서 다행이다 싶고 우리 모두 조금씩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나 자신부터 인정해야 한다는, 조금은 서글픈 수긍을 해 본다.
인간의 온갖 잡다한 본능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는 성경 같은 만화책이라면 내 비유가 과했나^^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책. 한편 많은 면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지만 만화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만화로서의 이 작품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