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인 마음 2013. 11. 14. 04:53


아침부터 이불을 빨아 널었다. 한 며칠 앓고 나서 툭툭 털 수 있는 게 이불 밖에 없는건 아닌가 싶다가… 그간 좀 고되다 싶은 마음까지 넣어서 세탁기에 돌렸다. 바짝 마르길, 다시 보송보송해지길 빌어본다.


농담처럼 해보는 말이지만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회복하기까지가 점점 더뎌진다. 이번엔 더 오래, 혹독하게 앓았다. 멈추고 쉬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내가 내 마음을 몰라주고 싶었다. 그냥 그랬다.


꼬박 하루 가까이 누워있으면서 꿈을 꿨다. 꿈에서조차 나는 앓고 있었다. 꿈이랄 것도 없었다. 당시 내가 누워있던 내 수방에서, 그 침대에서 난 그대로 굴러 떨어져 바닥에 뒹굴면서 가쁜 숨 몰아쉬며 한껏 쥐어짰다. 정작 크게 아플 땐 제대로 소리도 못내던 내가 소리 내어 끙끙 앓았다. 건조하게 내뱉는 나의 신음소리를 꿈속에서 내가 들으며… 그제서야 죽을만큼 아프네… 미안하다 했다. 


그러고는 일어났다. 깨어난 게 먼저인가. 여튼 일어나 앉았다. 머리가 여전히 묵직하고 통증은 괴로웠지만 꿈에서만큼은 아프지 않았다. 참을만… 꿈에서 나는 통증을 고스란히 느꼈고 깨어난 뒤에도 그 통증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억울했지만, 그래도 난 깨어났다. 


대충 씻고 어지러운 몸과 마음을 이끌고 저녁기도를 바치고, 약간이 밥을 먹고, 청년 렉시도 디비나 모임에 나갔다. 그리고 들어오니 소포가 눈에 띤다. 공지영 작가께서 보내주신 책. 기도를 부탁한다는 짧은 메시지. 


고통을 빼내듯, 통증의 기억을 뱉어내듯, 기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