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마흔을 기다렸다

하나 뿐인 마음 2013. 9. 5. 02:10


마흔을 기다렸다  詩 함순례


산허리에 구름이 몰려 있다

알 수 없지만

내가 가고 있으니 구름이 오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빗속에서 바라보는 구름은

고등어처럼 푸릇했으나 파닥거리지는 않는다

추녀에 매달려 울던 빗방울들이

호흡을 가다듬는 저녁 다섯 시

점점 켜지는 불빛들 바라보며 묘하게

마음 편안하다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방점을 찍는다 그 옆에 사랑은 세숫비누 같아서

닳고 닳아지면 뭉치고 뭉쳐

빨래비누로 쓰는 것이다,라고 적어놓는다

저 구름을 인생이라 치면

죽지 않고 반을 건너왔으니

열길 사람 속으로 흘러들 수 있겠다,고 쓴다

마흔, 잘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