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2,32-48(훈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깨어서 준비하고 있으라고 당부하시는 장면입니다. 주인과 종에 관한 이야기인데 종의 모습을 보면 조금 의아합니다. 종은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기다리는 사람이며, 오히려 주인이 띠를 매고 식탁에 앉힌 다음 시중을 들어줍니다. 이번 주 복음에 드러난 주인과 종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지요.
좀 다른 것이 또 있습니다. 루카 복음에서는 다른 복음의 행복선언과 조금 다르게 "행복"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있는 종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결과적으로 누가 행복해집니까? 깨어 기다리다 주인을 맞이하게 되면 결국 누가 행복하다는 말입니까? 예, 바로 ‘우리’가 행복해집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시지요.
우린 늘 깨어 기도하려고 하지만 결코 쉽진 않습니다. 훈화를 하고 나면 주로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라거나 "참 어렵습니다."하시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도 그렇지요. 물론 많이 노력하셨기에 그러시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오늘부터는 우리의 행복을 더 많이 생각했으면 합니다.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우리의 행복을 바라시는 예수님 마음을, 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두려워하기 보다는 우리가 예수님 뵙고 누리게 될 무한한 행복을 더 많이 생각해야겠습니다. 덥다, 덥다하면 더 춥고, 춥다, 춥다하면 더 추워지는 거 아시지요? 이제부터는 '어렵더라, 잘 안된다'보다는 '힘들어도 하고나면 더 행복해질거야' 라고 생각하기로 함께 마음먹어 볼까요?
복음은 오늘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고,
주인보다 종이 행복한 세상, 돌아오는 이보다 맞이하는 이가 더 행복한 세상, 기다림마저 행복인 세상이 하늘나라라고.
기꺼이 낮아져 종이 될 줄 안다면, 사람도 사건도 기꺼이 맞이할 줄 안다면, 기꺼이 침묵하며 기다릴 줄 안다면
그곳이 바로 하늘나라입니다. 행복하다면 우린 이미 하늘나라에 있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