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불고 싶은대로 분다

끝까지 사랑하셨다

하나 뿐인 마음 2013. 7. 23. 07:21

2010.7.31.

 

미사 직전 중고등부 자리에 달랑 2명이 앉아 있었다.

선생 2명과 학생 2명...

독서 2명과 해설 1명, 복사도 2명만...

애가 타기 시작했다.

 

오늘 우루루 스파밸리 갔다는 소식을 들은터라,

이 녀석들이 한꺼번에 늦는 것이 더 애쓰였던 것이다.

학생이 없으면, 보편지향기도도 선생님을 동원해야할 형편.

입당성가를 들으며 밖으로 나가 전화를 했다.

시큰둥~하며 곧 온단다...

그러고 15분이 지나서야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얼굴이 쉽게 펴지지가 않았다.

 

 

지각한 여학생 3명도 성당 맨 끝줄에 앉아

앞에 가서 앉자는 내 말을 들은척도 않는다.

한계에 부딪힐거 같아

잠시 성당에서 나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사도신경할 때 겨우 마음 추스리고 들어갔다.

좀있다 봉헌하러 나오더니 우루루 앞자리에 다투어 자리잡는다.

미워할 수도 없는데...그래도 화가...

 

복사단장이라는 녀석까지 늦어서, 복사도 2명만 서고...

그냥 넘어가서도 안될거 같고, 그렇다고 야단쳐서 될일도 아니고...

미사 때 지혜를 주십사 기도했다.

곧잘 웃어주는 내가 아예 따로 앉아있으니 좀 눈치를 보는것 같기도 하고.

 

미사 끝나고 남으라 했다.

할말 없냐 했더니, "사랑합니다"라니...

 

 

재밌었냐, 아무리 재밌어도

미사 늦는건 앞으로 절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등의 잔소리 끝내고

배고프냐했더니 좀 그렇단다.

하긴 정신없이 놀았을텐데 배가 당연히 고프겠지.

복사단 간식 좀 풀어줬다.

음료수와 몽쉘....

 

시원한 성당에서 간식 먹고 사라지는 녀석들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예수님께서 내게 용기를 주셨구나 싶었다.

 

아...나는 본당수녀다. 주일학교 수녀다....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복음말씀이 이리 절실한 적도 드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