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사랑하셨다
2010.7.31.
미사 직전 중고등부 자리에 달랑 2명이 앉아 있었다.
선생 2명과 학생 2명...
독서 2명과 해설 1명, 복사도 2명만...
애가 타기 시작했다.
오늘 우루루 스파밸리 갔다는 소식을 들은터라,
이 녀석들이 한꺼번에 늦는 것이 더 애쓰였던 것이다.
학생이 없으면, 보편지향기도도 선생님을 동원해야할 형편.
입당성가를 들으며 밖으로 나가 전화를 했다.
시큰둥~하며 곧 온단다...
그러고 15분이 지나서야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얼굴이 쉽게 펴지지가 않았다.
지각한 여학생 3명도 성당 맨 끝줄에 앉아
앞에 가서 앉자는 내 말을 들은척도 않는다.
한계에 부딪힐거 같아
잠시 성당에서 나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사도신경할 때 겨우 마음 추스리고 들어갔다.
좀있다 봉헌하러 나오더니 우루루 앞자리에 다투어 자리잡는다.
미워할 수도 없는데...그래도 화가...
복사단장이라는 녀석까지 늦어서, 복사도 2명만 서고...
그냥 넘어가서도 안될거 같고, 그렇다고 야단쳐서 될일도 아니고...
미사 때 지혜를 주십사 기도했다.
곧잘 웃어주는 내가 아예 따로 앉아있으니 좀 눈치를 보는것 같기도 하고.
미사 끝나고 남으라 했다.
할말 없냐 했더니, "사랑합니다"라니...
재밌었냐, 아무리 재밌어도
미사 늦는건 앞으로 절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등의 잔소리 끝내고
배고프냐했더니 좀 그렇단다.
하긴 정신없이 놀았을텐데 배가 당연히 고프겠지.
복사단 간식 좀 풀어줬다.
음료수와 몽쉘....
시원한 성당에서 간식 먹고 사라지는 녀석들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예수님께서 내게 용기를 주셨구나 싶었다.
아...나는 본당수녀다. 주일학교 수녀다....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복음말씀이 이리 절실한 적도 드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