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불고 싶은대로 분다

냄비가 작아서 그래!

하나 뿐인 마음 2013. 7. 10. 11:51

2009.2.7.

 

"냄비가 작아서 그래!"

 

할머니수녀님은 언제나 냄비 가득 국을 끓이신다.

내가 하도 잔소리를 해대서 처음엔 작은 냄비로 시작하시지만

곧 냄비가 넘쳐서 바꾸고 바꾸고를 거듭하시기까지.

한번만 바꾸시면 그나마 다행이지,

어떤 날은 세번째 네번째 큰 냄비로 바꾸시고

키가 모자라서 뒤꿈치 들고 국자로 저으시기까지...

 

 

오늘도 수녀님은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냄비에 배추를 잔뜩 집어 넣으시고 젓고 계셨는데

뒤에서 지켜보니 아무리 데쳐서 숨이 죽는다해도

저 배추가 냄비에 다 들어가지 않을듯한데

내가 뒤에 있어서인지 끝까지 뒷꿈치 들고 냄비를 젓고 계시는게 아닌가.

잔소리 안하고 넘어갈 내가 아닌지라,

컵들고 서서 거만한 자세로(ㅋㅋㅋ)

"아따 그기 그안에 다 드갑니까?

또 내가 다 먹어야 되는거 아닙니까?" 하고 냅다 소리지르니...

수녀님 왈,

"냄비가 작아서 그래!"

 

 

하하 웃으면서 3층 내방으로 올라가는데 문득,

늘 허덕거리고 일에 치여 사는 것처럼 바쁘게 뛰어다니는 게...

어쩌면 나의 냄비가 작아서가 아닐까...

 

 

"냄비가 작아서 그래!"

"냄비가 작아서 그래!"

내 그릇을 탓해야 했었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