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불고 싶은대로 분다

다시 2년을 살았는데...

하나 뿐인 마음 2013. 7. 9. 12:18

2008.8.15.

 

"서원갱신은 그랬다. 화려한 성당 꽃꽂이도 없었고, 장궤틀에 하얀 보를 씌워주지도 않았고, 서원장 마저도 아무 그림도 없는 그야말로 백지였다.

서원갱신을 하고 나서 수건 모양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수도복에 뭔가 하나 덧입게 되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은반지라도 하나가 손가락에 끼워지는 것도 아니다. 미사중에 감격스런 평화의 인사도 없고 그 흔한 사진 한장도 찍지 않았다. 서원갱신은 그랬다. 겉으론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원갱신을 했다. 제대 앞에서, 하느님과 성인들 앞에서 서원장을 낭독했다. 그리고 제대 위에 올라가 서명을 한 후 서원장을 십자가 옆에 봉헌했다. 그리고 제대 앞에 엎드려 두 손을 가슴에 포개고 노래했다. 첫서원 때보다 더 분명한 목소리로, 더 결연한 의지로.

 

 

"주님, 주님께서는 저를 받으소서.

그러면 저는 살겠나이다.

주님은 저의 희망을 어긋나게 하지 마소서."

 

 

이런대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가. 그제서야 내 안에 울리는 조용한 목소리. 서원하고 살아온 2년의 세월. 기쁨보다 어쩌면 더 컸던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알면서도 또다시 서원장을 들고 제대앞에 섰다면. 오늘은 겉이 아니라 속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 그 누구도 모르지만 한분만 아시는 속마음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

 

 

 

재작년 갱신피정 일기의 부분이다.

 

다시 2년을 살았는데, 갱신피정이란걸 생전 처음으로 기다리고 준비하며 기도했는데 막상 들어갈 때는 "변한게 너무도 없다는 실망감"이었다. 실망감을 안고서 피정을 시작한다는 건 정말 녹녹찮은 일이었다.

 

 

피정 둘째날 강의, discipleship의 첫째 특성이 "예수님은 변화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부르신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아니 얼마전까지는 비록 주저앉은듯 느껴지고 허무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는 변화되기를 갈망한다. 예수님과 더 깊이 만나기를 열망한다. 난 이번 피정을 통해서 내 안에 있는 갈망,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찾았다.

 

 

 

나 주님을 사랑하네...(시편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