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불고 싶은대로 분다
성무일도
하나 뿐인 마음
2013. 6. 28. 08:03
2007.7.24.
저녁기도 중에 전화가 왔다. 우린 기도 중에 일부러 나가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오늘따라 분원장 수녀님이 잠깐 나가셨는데 마침 전화가 왔고, 나를 찾는 전화였다.
우리 수도회는 함께 하는 성무일도 기도와 함께 먹는 식사시간의 비중을 함께 둔다. 말씀과 성찬으로 미사가 이루어지듯, 함께 사는 것으로 하느님을 드러내는 것이 카리스마인 우리 베네딕토회는 함께 기도하고 함께 먹는다. 그래서 그 시간만큼은 함께 모인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속상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기도시간이라도 본당 수녀가 신자들이 원하면 기도 시간 한번 정도 내어줄 수 있는게 아닌가 하면서... 시간이 되면 열일 제쳐놓고 수녀원 성당으로 사라지는 우리들을 보고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수도자의 성무일도는 나 자신의 성덕을 위해 바치는 개인 기도가 아니라, 기도할줄 모르는 사람과 하고 싶지만 시간을 바칠 수 없는 사람과 기도하지 않는 사람 모두를 대신하여 하느님께 세상을 봉헌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내 자신을 바치는 시간이므로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난 서원을 하면서 성무일도의 책임을 부여받았다. 세상을 위해 하루 네번, 하느님 대전에 무릎 꿇기로 서원한 것이다.
"큰 회중 가운데서 내가 주를 찬송함도 주께서 주심이니,
주를 경외하는 무리 앞에서 나의 서원 지키리라."
(시편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