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인 마음 2013. 6. 10. 07:18
2005.6.

비를 쫄딱 맞으면서 옥수수를 옮겨 심었다. 하느님 은총이 내린다고, 은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일한다 하시는 우리 카롤라 수녀님.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부랴부랴 따라나선 내 모습. 흙투성이 몸빼이에, 너절한 남방에, 축축한 비옷, 얼룩덜룩한 수건, 장화신고 주황색 모자까지 눌러쓴 내모습을 비춰보며.. 과거를 생각해 본다.
틀어올린 머리, 샤넬50립스틱, 검은 쫄티, 게스청바지, 쌈지 구두에 MCM가방까지 울러메고 다녔던 나... 달라도 아주 다른 모습. 그간 겉모습 말고 무엇이 변했나 하고 비맞으면서 생각해 봤다. 속이 달라져야 진짜지.. 겉모습이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고, 속모습은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 옷이며 가방이며 구두며 버린 것은 아주 많지만, 진짜 버려야할 것들을 버렸는가.. 오로지 예수님께만 의지하고자 내 모든 의지를 버렸는가... 부족하지만, 내 과거의 사진과 지금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내 길을 걷고 있구나 하고 감사를 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