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인 마음 2013. 6. 10. 07:15
2005.6.8.

요새 우리 수녀들은 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섭게 자라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본질'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가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어제도 옥수수 밭의 무성한 잡초들을 보며 '이놈의 잡초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데 내 성덕은 왜 이리도 더디고 어떨 때는 거꾸로 자라기도 하니...'했다.
잡초라는 것도 그 자체가 나쁜건 아닌데,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감기약의 재료인 가밀레꽃도 부추밭에서는 약초가 아니라 잡초! 몸에 좋은 쇠비름, 참비름 등등도 상추밭, 특히 파밭에서는 강적 중의 강적! 수녀원 정원에 핀 조그마한 제비꽃은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주지만, 잔디를 못살게 굴 때는 보라빛이 제아무리 청초하다해도 가차없이 뽑혀나간다.
어디에 어떻게 피느냐, 즉 김희경 너 어디에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이게 바로 성소겠지? 약초가 되는 것도 잡초가 되는 것도 모두 훌륭한 삶의 묵상거리이다. 모든 사람의 삶도 우리의 묵상(기도)의 주제!!
기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고, 타인의 삶을 되찾는데에 은총이 가득 내리길 기도하며 이곳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것, 이게 내 성소일테고.
농부로서 풀을 뽑는 것과 수도자로서 풀을 뽑는 것은,,, 글쎄 같은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