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contemplativa

치자꽃 향기

하나 뿐인 마음 2013. 6. 7. 06:37

 

수녀원 마당 세 송이 치자꽃.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주위를 채우는 걸로 모자라

고요한 수녀원 담을 넘고 성당 마당까지 퍼져나갔다.

 

오가는 사람들은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면서도

어느 마당에 어떤 모양으로 핀 꽃인지 알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향기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치자꽃은

사람들의 감사를 하늘에로 올린다.

 

나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조그만 정원 한쪽 구석에 소박하게 뿌리내리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다가

시간이 되었을 때 잎도 꽃도 떨굴 줄 아는 삶.

 

어느 한 철, 수녀원 담장 너머의 세상에까지 향기를 뿜다가

계절의 주인께 순명하며 한 생을 살다 가고 싶다.

 

있긴 있으되 드러나지 않는 삶.

그리스도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