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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6 (17)
깊이에의 강요
처음 이 기도서를 만드는 모임에 초대를 받았을 때는 이렇게까지 관여를 해야하는지 몰랐다. 자문이나 교정 정도이리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씨앗을 뿌리기 위해 밭을 고르듯 내 의식 속에 깊이 박힌 돌을 빼내고 흙을 갈아 엎고 다져서 땅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고나 할까. 꽁꽁 문을 닫아 건 교회 안의 목소리도, 바깥에서 그저 교회를 향해 문을 열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아니어야 했고 시대의 변화에 눈을 맞추면서도 하느님 없이 사람만을 말하지도 않아야 했기에 나의, 우리의 작고 미숙함을 매순간 인정하고 실망해야하는 아픈 시간도 보냈다. 그리고 그만큼 내 마음과 귀를, 생각과 언어를 다듬어 주시라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했다. 가족에 대한 세속적 정의도 공부하고 가톨릭에서 말하는 가족 공동체에 대해서도 새로..
○ (조부모) 아브라함에게 후손을 약속하시고 축복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제게 자녀를 선물로 주셨고, 하늘의 별만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손주도 주셨으니 더욱 굳게 당신을 의지하며 이 아이를 당신께 맡겨 드립니다. 저는 비록 육신의 힘은 약해졌으나 신앙과 지혜는 깊게 하시고 마음은 넓게 하여 주시니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기꺼이 제 삶을 이 아이와 함께 하겠습니다. ● (손주) 저를 잊지 않으시는 하느님, 저는 매일 매순간 할아버지 할머니를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하고 저를 기르시고 보호하시는 당신의 사랑을 느낍니다. 생명을 내어주신 예수님처럼 저를 돌보아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은총을 내려주시고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잊지 않고 바르고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소서. ○ 아기 예수님..
○ 시작이요 마침이신 하느님 아버지, 저희의 긴 삶의 여정 동안 함께 하여 주시고 존엄을 잃지 않도록 힘이 되어 주시며 부족함 없는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하늘나라를 향한 여정을 걸어가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 저희는 이제 기력이 약해졌고 때때로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당신께 더욱 의지하게 하시고 흔들리지도 변하지도 않는 믿음으로 채워주시며 저희 입에 늘 당신을 향한 찬미를 담아 주소서. ◎ 오래된 길의 상속자로서 당신께서 저희의 온 생애를 통해 가르쳐주신 인간의 존엄과 지고한 삶의 가치를 후세에 증언하며 물려주게 하시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처럼(요한 13,1) 당신 나라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 가족과 친구, 이웃을 사랑하..
○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으시며, 당신께는 어떠한 계획도 불가능하지 않음(욥기 42,2)을 고백합니다. ● 이미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가장 알맞은 협력자를 주셨고 당신께서 주신 모든 것이 저희에게는 은총의 선물이었기에 주시지 않은 것들을 통해서도 이루실 당신의 계획마저 감사드립니다. ◎ 저희는 비록 자녀를 갖지는 못했지만 저희 두 사람이 이루어가는 성가정을 축복해 주시어 세상을 위한 자비와 친교의 표징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이 기도는 특별히 자녀를 바라고 기도했던 부부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자녀가 없는 가족도 충분히 성가정을 이룰 수 있기에 해당되지 않는 분들은 성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치시기 바랍니다.
○ (부모 보호자) 저희가 태어나기 전부터 저희를 사랑하신 하느님 아버지, 저에게 아이의 이름을 _____으로 짓게 하시고 당신께서도 _____이라 불러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이 아이는 이미 존재만으로도 제게는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이고 제 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저는 _____을 사랑합니다. ● (자녀) 제가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만한 당신의 자녀이듯 제 어머니(아버지)도 저를 그렇게 사랑해주고 있음을 저는 압니다. 제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어머니(아버지)의 자녀이듯 제게도 어머니(아버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 하느님 아버지께서 저를 따뜻하게 지켜보시듯 저희가 서로를 믿음으로 바라보게 하시고 사랑으로 말하고 행동하게 하소서. 세상의 눈에는 저희 가족의 빈 공간이 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람들과 예수님의 대화는 조금씩 엇나갑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맞아들이지 않았던 사마리아 사람들을 혼내주려는(“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어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제자를 오히려 꾸짖으십니다. 그리고 다른 마을을 통해 예루살렘으로 가셨습니다. 자신을 가로막는 것이면 어떻게 해서든지 치워버리고 목표를 향해 갈 길을 가려는 제자들과 달리 예수님은 다른 마을을 통해서라도 예루살렘을 향하십니다. 우린 어떤가요? 내가 세워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방해하는 것들을 모두 ‘아니다’로 결론 짓고 없애버리려는 제자들과 닮았나요, 아니면 자신을 막아서는 사마리아 사람들을 그대로 두시고 돌아서서라도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 예수님과 닮았나요? 정의랍시고, 누군가를, 누군가의 행동을 용납하기 ..
아기 어머니는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루카 1,60) 이웃과 친척들이 모두 그런 적이 없다며 안 된다고 할 때, 남편조차 말할 수 없어 함께 하지 못할 때 그녀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예전처럼 하자고 할 때 안 된다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쓴 순간을 기억하지만 그에 앞서 엘리사벳의 의견 표명이 있었고 그 덕에 사람들이 즈카르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용감한 ‘안 됩니다’. 묵상의 시작은 엘리사벳이 아니었다. 이웃과 친척들이 부모 대신 이름을 지으려 하고, 아기의 어머니가 지으려는 이름을 막아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내키지 않는 마음을 따라가 봤더니 이윽고 엘리사벳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모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마태 6,7-8) #dailyreading 아버지께서는 내가 ‘무엇을 청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계신다. 그분은 내 기도만 들으시는 분이 아니라 내 처지를, 내 아픔을, 내 삶을… 나 자체를 보시기 때문이다. 내가 청하는 것과 내게 필요한 것이 언제나 같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있겠나. 나만 봐도 그렇다. 내 그릇을 알면서도 담아내지 못할 것을 바라기도 하고, 당장에야 좋을진 몰라도 결국 나를 곤란하게 할 것을 구하기도 한다. 고쳐야 하는 건 자세인데 결과만 바르기를 기도하기도 하고, 입으로 되뇌면서도 내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야속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분은 내 가려진 원의마저 아시고 내 지난 날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