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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5 (11)
깊이에의 강요
이번 주 복음묵상을 하면서 가장 와 닿은 장면은 예수님의 승천하시는 모습입니다. 생전(?)의 마지막 모습인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의 스승님을 지켜본 제자는 거의 없었지만, 승천 장면은 모두가 다시 모여들어 지켜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손을 드시어 그들에게 강복하셨다. 이렇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주시는 모습은 "강복하시는" 모습입니다. 가장 힘이 필요했던 때에 모두 떠나버렸던 일에 대해 서운한 마음 한 번쯤 비춰도 될 법 한데, 강복하시고 승천하셨습니다. 이번 주는 하늘로 들어 올려지시며 세상에 축복을 빌어주시는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나는 살아가..
‘석 달 열흘’이라는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던 며느리가 있었답니다. 매일을 눈물로 지내던 며느리는 서러움을 참다못해 몰래 약방을 찾아갔습니다. 나쁜 줄은 알았지만, 시어머니의 기력을 서서히 쇠하게 하는 약을 짓기 위해서였습니다. 지혜로운 약방 어르신은 뜻밖의 처방을 내렸는데요, 온갖 정성으로 하루 세끼 꼬박꼬박 음식을 지어, 딱 석 달 열흘 동안만 시어머니를 봉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잘해드리는 것이 내키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해방되고 싶었던 며느리는 당장 그날부터 지극정성으로 밥을 지어 올렸습니다. 괴팍했던 시어머니는 지극정성에 감동하여 어리석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며느리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고 반대로 며느리는 자신을 사랑해주기 시작한 어머니께 자꾸만 죄송스러워졌습니다. 미움으로 눈이..
백지영 글, 그림. 미세기. 어린 아이들을 위한 재밌는 재활용 교과서. 오싹오싹 재활용 대작전ㅎㅎㅎ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이 귀신이 되어 나타났는데 막상 질문을 하면 엄청 친절하게 분리수거 방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제대로 분리수거를 해야만 ‘새로새로 나라’로 갈 수 있다고 ㅎㅎㅎ 저학년 아이들 환경 교리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이혜란. 곰곰. 허락된 시간을 채우며 한 자리에서, 비바람을 피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서두르지 않고 처음부터, 건너뛰지 않고 기다리며, 그곳이 아니라 매순간 충만한 나에게 도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청원자였던가, 막 첫서원을 하고 나서였던가,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를 보고는 근심걱정 없이 살아서 얼마나 좋으냐고 질문을 했었다. 나는 힘드시지요 하고 되물었던가. 속에서 들끓는 질문들은 잘 감췄던가. 한 자리에서 평생을 살면서도, 비바람에도 맞서고 눈비도 견디고 뙤약볕도 피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곁을 내어주고 그늘도 드리워주고 햇빛도 막아주는 나무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아스트리드린드그렌 지음. 김영진 옮김. 시공주니어. 어린이 조카에게 줄 책으로 산 몇 권 중 하나. 책방 사장님의 추천을 받았는데 처음엔 솔직히 당황했었다^^ 마음 속에서 그리움이 확 터질 정도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흑백 드라마였던 를 보기는 했지만 다른 프로그램처럼 방영 시간을 기다려 티비 앞으로 달려가 보진 않았고 티비를 보다가 나오면 보게 되는 정도, 딱 그 정도의 관심이었다. 하지만 문득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삐삐에 대해 내가 너무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껏 사랑 받고 읽히는 책이라면 그만한 이유는 있을테지 싶었다. 결국 조카에게 주기 전에 내가 먼저 를 읽었는데,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자꾸만 올라왔다. 불편한데 불편하다고 말하지 못..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12,46) #dailyreading 머무르지 않게 하신다는 말은 내 머무는 곳을 어둠에서 빛으로 짠하고 바꾸시는 게 아니라 어둠에서 일어나 빛으로 나아가도록 나를 다독이고 이끄신다는 말.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요한 14,27)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평화를 갈구하는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만이 아니라 내 삶의 작은 분란마저도 없어지기를, 그렇게 내 삶이 고요하고 평화롭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서 평화를 주신다는 이 복음의 예수님 말씀은 읽을 때마다 나를 간절하게 만든다. 그런데! 남기고 간다, 준다 하시면서 반복해서 말씀하셨지만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명령으로 이어진다.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평화를 남기셨으니, 평화를 준다고 하셨으니 가만히 앉아 있기만..
지금 '해야 하는 이야기'들. 세상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해마다 애써 찾아 읽는 책이다. 주로 다뤄지는 주제(?)들이 내가 놓치기 쉬운 세상의 한 단면이리라 생각해서인지 읽고자 하는 마음보다 '배우고자'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평론도 작가의 말도 좀 더 꼼꼼하게 읽게 된다. 참, 매번 너무 놀라서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하는 글이 있다. p.93 ~ p.94 "화난 목소리를 쓸 순 있었지만, 끝까지 그 목소리를 화나 있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른 감정과 다른 방법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지 못한 ‘소설의 목소리’가 찾아와 자기의 자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먼 소설 역시 화난 목소리에 부딪혀 메아리치는 또하나의 듣기 싫은 소음이 될 테니까요. - 김멜라 작가노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