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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4 (13)
깊이에의 강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알들 말듯, 그럴 수 있지 싶다가도 그래야 하나 싶기도 한 이야기. 누구를 사랑하느냐, 무엇을 곁에 두느냐, 어떻게 사랑하느냐, 어떻게 헤어지느냐... 이 모든 행위는 결국 "너는 너를 사랑하느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닐까. 사랑이다, 아니다 혹은 옳다, 그르다 말고 '이렇게 사랑했으니 이것이 나의 사랑이다'라는 의미의 긴 문장.
김정선 지음. 유유출판사. 읽으면 읽을수록 부끄러워지는 책. 이제 블로그도 못쓰겠다 싶을 정도로 나를 부끄럽게 만든 책이지만, 저자가 원하는 건 이런 결론이 아닐 것이다. 목차라도 잘 남겨두고 글을 쓸 때에 두고 두고 생각해야겠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 -관계에 있다 ✓ -에게 있어 ✓ -하는 데 있어 •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 ✓ -에 대한(대해) ✓ -들 중 한 사람, -들 중(가운데) 하나, -들 중 어떤 ✓ - 같은 경우(-와 동격이 된다) ✓ -에 의한, -으로 인한 • 내 문장은 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 -에, -으로 ✓ -에, -을 : ‘에’는 처소나 방향을 나타내는 조사’. ‘을(를)’은 목적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
* 이 십자가의 길 기도는, 내가 종신 서원 준비를 하던 대수련 시기에 쓴 기도문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블로그에 올려 놓은 이후로 사순시기가 되면 조회수가 올라갔고 나로서는 사순시기이니 응당 그러려니 했었다. 게다가 블로그를 아카이브처럼 사용하는지라 평소엔 댓글을 본다던가 방명록을 잘 살피지도 않았다. 얼마 전에도 부활 시기가 지나고 며칠이 지나서야 블로그를 열었고, 열흘도 넘게 지난 방명록 글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방명록에는 폴란드에서 선교중이며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매우 가까워서 피난민들을 돕고, 구호품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는 R수녀님의 메세지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형제 자매들을 위한 십자가의 길 PPT 자료를 만드시다가 내 기도문을 보았고, 우크라이나 형제들에 맞게 몇 단어를 바꾸..
김혼비 산문집. 안온. 우리들이 이만큼만 생각하고 표현하며 살 줄만 알아도 세상이 지금보다 몇 배는 '살고 싶은' 세상이 될텐데 싶었다. 내가 평소에 잘 쓰는 말로 표현해 보자면, '훌륭한' 책이었다. 그의 글 모두가 좋았지만 특히 '가식에 관하여'를 읽을 때 제일 많이 공감했다. 평소에 나는 작가가 말하는 가식을 '가면'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래, 적당히 가면을 쓰고 그 가면을 닮으려 애써가며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수행'이 아니겠나 생각한다. 갑자기 너무나 읽고 싶어서(실은 오디오북으로 듣고 싶었던 책인데...) 결국 ebook으로 호다닥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이 훌륭한 책, 나만 보기 아까우니 모두 함께 보자! "‘결정 장애’처럼, 무언가를 잘 못 정하는 상황, 어떤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
김승섭 지음. 난다. 세월호와 천안함의 트라우마 생존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물로 나온 책. 희생자들의 트라우마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정치적 제도적 문제점, 그리고 우리들이 갖춰야 할 태도 등을 다루는데 나 역시 기사에서 생존자를 다루어줄 때만 기억했다가 평소엔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나도 모르게 분리했었음을 반성하게 했다. 그 기사란 것도 얼마나 무자비하고 몰이해의 결과물이었나. 생각할 것들이 아주 많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되고 따돌림을 겪어 감정적 고통을 느낄 때 인간의 뇌는 폭행을 당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전측 대상회 피질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였다. 심리적 고립이 실제로 만들어 내는 신체적 통증. 완전히 모르지 않았지만, 막..
시작기도 이기심으로 갈라지고 분열된 가정, 폭력과 전쟁으로 파괴된 나라를 기억하며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모두 하나 되는 은총을 청합니다. 특히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위로와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제1처 예수, 사형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빌라도가 아무 죄도 없는 예수님에게 불의한 사형선고를 내렸듯이 저희는 너무 쉽게 선입견과 편견으로 이웃을 비난하고 죄인 취급합니다. 주님, 잘못된 판단으로 부당하게 고통당하는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주시고 이 땅에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서게 해주소서. 제 2처 예수,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인류의 죄가 무거운 십자가로 예수님에게 주어졌듯이 가족과 학교, 사회에서의 책임과 의무가 어깨를 짓누릅니다. 주님, 삶의 무게가 힘겨워 다 벗어버리고 도망치..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요한 21,10) #dailyreading 아낌 없던 베풀 줄 알았던 선행, 밤새워 올린 기도, 갈고 닦아 처음으로 바쳤던 다짐이 분명 필요했지만 ‘그때의 나’가 ‘지금의 나’는 아니다. 열심했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고 그로 인해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지금 내 손에 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나는 빈 손이다. 예수님을 우리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하신다. 그러니 보잘 것 없더라도 방금 행한 선행을, 서툴더라도 방금 올린 기도를, 설익었더라도 방금 새롭게 다짐한 서원을, 방금 잡은 고기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복음이다. 엠마오 장면은 언제나처럼 예수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마음 속으로 그려본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15절); 예수님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내 생각에 빠져 조급하게 나의 길을 갈 때, 오히려 우리에게 가까이 오셔서 우리와 함께 걸으시는 분. 물으시자(17절); 예수님께 물어볼 생각조차 못하는 우리에게 오히려 물어보시는 분. 어리석은 우리의 두서 없는 대답도 들어주시는 분. 이르셨다(25절); 어리석고, 알아보지 못하고, 믿는데 굼뜨기까지 한 제자들을 꾸짖기보다 차근차근 가슴이 뜨거워져 타오를 때까지 설명해 주셨다(27절)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29절); 더 멀리 가셔야하지만(28절),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붙드는 한 마디에 당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