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2001년 제2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 저자
- 성석제 지음
- 출판사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2-06-2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흥겨운 입심과 날렵한 필치, 정교한 구성으로 '성석제식 문체'를...
성석제의 소설은 무엇인가? 철저하게 무의미한 삶이다. 속수무책으로 엉뚱하고 정다운 사람들이다. 증명할 길 없고 정교하고 무용한, 그러나 한사코 믿고 싶은 박학다식이다. 그 모든 것이 못 말리게 흥겨운 입심의 에너지에 실려 폭죽처럼 펑펑 터지며 정처없이 흘럭가는 길이다. 그 길가에는 새싹처럼 움찔움찔 낯익은 말들이 낯선 방식으로 돋아나 쑥쑥 자란다. 춤추듯이 가지를 뻗어 길을 덮는다. 길은 대책없이 갈라지고 또 갈라진다. 그래도 이야기에 홀려 넋을 놓은 독자들이여, 마침내 그 길은 무엇에 이르는가? 철저하게 무용한 정열인 삶을 한바탕 신명나게 읽고 난 기쁨, 혹은 슬픔...... 성석제의 소설은 무엇인가? 그의 말대로 표지가 떨어져나간 미학사전, 우리 시대의 판소리로 어깨춤 추는 국어사전......
-김화영 문학평론가-
책 표지 앞뒤로 장식된 추천인들의 한말씀들은 당연히 저자에게 호의적이다. 바로 치든 돌려 치든 매한가지 칭찬 일색. 가끔 스스로를 객관적 판단으로 평했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감하게도 그 평을 실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저자에겐 일단 도움이 된다는 소리. 평범하거나 날카로운 평도 있지만, 돈 주고 그 책을 읽는 당당한 독자의 입장인 나로서도 낯간지러워져서, 알지도 못하는 또다른 독자들에게 내가 괜시리 부끄러워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래서 난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책 안에 실린 추천인의 글마저도 먼저 읽지 않는다.
이번 성석제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추천글도 읽어보고 책 표지 앞뒤로 디자인!!!된 한말씀들도 다 읽었다. 다 읽은 후에는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참내, 옳기도 하네. 구구절절 맞는 말이네." 평소 같으면 "침이나 바르고 칭찬하이소." 싶을 글한테도 "맞다 맞다 니말 딱이다."라고 말이다, 마치 성석제처럼...^^
그래, 성석제는 정말...
성석제의 글은 읽는 내내 허를 찔리고 뒤통수를 얻어 맞으면서도 기어코 읽어낸다. 재밌으니까.
그의 풍자는 시원하고 아늑하기가 효자손이 아닌, 여유롭고 익숙하게 어린 자식의 등을 긁는 늙은 아부지의 손길같다.
빼어난 이야기꾼. 성석제는 윤기 좔좔 흐르는 이야기들을 쉴새 없이 매끈하게 뽑아낸다. 게다가 그는 사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졌다. 그의 경상도 사투리는 경북 상주 출신답게 거방지면서도 걸쭉하다. 시는 상징이요, 소설은 묘사의 설명(혹은 설명의 묘사)라 정해놓고 나름 분류 구분을 해왔었는데, 성석제 덕에 한참 흔들렸다. 그래, 상징이면 어떻고 묘사면 어떤가. 상징을 설명한들 설명을 상징으로 표현한들 도대체 그게 뭐인들 어쩌겠나. 한 번 사는 인생, 이렇게 속시원한 웃음과 통쾌한 자각의 순간이 왕왕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지루해지지 않고 즐거워지는데!
책 읽는 내내 수수한 옷차림의 중년 사내가
어딘가 있는듯 없는듯 자리를 잡고 앉아
검박해뵈는 안경 너머로 사람을 꿰뚫는 시선을 태연하게 감추며
어허허- 하며
'들을테면 들으라지' 하는 웃음을 들려주는듯 했다.
그 웃음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