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 바꾸기
김지승 에세이. 낮은산.
맞추지 않아도 좋을 퍼즐 하나 선물 받은 기분이다. 퍼즐 조각 하나하나가 다 옳다. 모아놓으면 그대로 아름다울 테지만 흩어지면 흩어진대로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유일하다. 기억 속에서 제 스스로 충분한 조각들을 그저 조각 자체로 품으며 살고 싶다. 때때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몇 개씩만 이어 붙여 보면서…
p.44
""제가 살던 곳에서는 연속 술래는 안 되고, 나무에 손을 대고 있는 사람은 술래가 잡지 못했어요.""
p.45
"돌아가며 술래를 하는 것. 내게는 그게 수건돌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룰이었다."
p.123
""아픈 사람을 누가 좋아해…… 힘들다는 호소를 누가 계속 듣고 싶어 하겠어?""
p.133
"나는 끝까지 묻지 않았다. 배려라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아프게 저지르는 배반에 가까웠다."
p.154
"그들의 '귀찮다'는 말에는 쉽사리 판단하지 않고 여지를 남기는 행위 외에도 수십 가지 경우가 포함 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그걸 소심함이나 수동성, 비겁함으로 못 박기도 하겠지만 내게는 그들이 입버릇처럼 꺼내는 귀찮음이 어제의 원수 입에 밥을 넣어 주고, 굳이 폐를 끼치면서까지 자기 몫을 챙기려 하지 않는 선택들의 이유로도 보였다. 덕분에 섣부르고 서툰, 나 같은 사람들의 자책이 유예되기도 했다."
p.181
"나이 듦은 쇠약하여 말라 떨어지는 일방향의 쇠락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자유롭고 깨끗해지는 쇄락을 동시에 내재하는 과정이라는 것."
p.195
"듣는 몸이 되어야 했다. 내가 당신의. 듣고 있어요. 모두가 외면하는 어떤 순간이라면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