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의 우물/루카 10장

루카 10,2 한풀 꺾일 법도 한 말씀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4. 10. 18. 08:44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루카 10,2)

 

제자들이 얼마나 비장하게 떠나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묵상 때는 새삼, 파견하는 제자들을 앞에 두고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이 말씀이었다니... 싶었다.

수확하러 떠나는 일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거나 사명을 부여하는 말씀이 아니라,

일꾼이 적으니 일꾼들을 보내달라고 주인님께 청하라는 말씀을 가장 먼저 하셨다니,

이건 일꾼들이 한풀 꺾일 법도 한 말씀 아닌가.

 

하나의 일꾼이 점점 많은 것을 수확하기보다 많은 일꾼들이 수확에 동참하는 것이 하늘나라이고,

수확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나의 밭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그 밭의 주인은 따로 있으며(우리 아버지이시지만),

나의 능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보내시기에 갈 수 있다는 말씀.

떠나보내기 전 이 말씀을 가장 먼저 하신 뜻을 곰곰히 묵상해 보았다.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나는 언제나

익명으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

 

00수녀라는 이름으로 들날릴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 중 하나로 행복하지만 묵묵하게 살아가기를,

내 삶이나 내가 하는 일이 값지고 필요한 일이란 걸 잘 깨닫고 싶지만 유일무이하고 특별하기를 바라지는 않도록,

나의 일이 아니니 내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그분의 일이니 그분이 드러나도록,

내 능력으로 하는 일이 아니니 조건을 갖출 것이 아니라 그분이 나를 보내신 뜻을 새기고 또 새기며

나 자신에게서조차 자유롭고,

그분 앞에서마저 당당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