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울라브 하우게 시. 임선기 번역. 봄날의책.
울라브 하우게의 시는 처음이었는데
정식 출간 전 제본 같은 시집이었다.
겉모습만이 아니라 속도 그랬다.
유일한 낱장 하나하나를 엮어놓은 듯한,
꼼꼼하게 묶었지만 낱장 하나하나가 각각의 생기를 가지고 자유롭게 존재하는 듯한.
시집을 덮고 아래 알라딘 사이트의 소개글을 읽으며 내 느낌이 어디에서 온 건지 알듯 했다.
"현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인 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1908-1994)는 고향 울빅(Ulvik)에서 평생 정원사로 일하며 400여 편의 시를 쓰고 200여 편의 시를 번역하였다.
그는 매일 노동했으며 가장 좋은 시는 숲에서 쓰였다. 그는 북구의 차가운 조용함 속에서 한 손에 도끼를 든 채 시를 썼다. 그렇게 꿈꾸고 그렇게 존재를 열면서 당시 시의 코드에서 자유롭게 벗어났다.
시선집의 시들은 시인이자 언어학자인 임선기가 시인의 눈으로 보고, 시인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시인의 말로 번역했다. 400여 편의 시들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시들, 우리 독자와 소통이 가능한 시 30편을 골랐다.
하우게의 이 시인선에는 오슬로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폴 헤르만센(Pal Hermansen)의 노르웨이 풍경 사진 일곱 점이 들어 있다."
p.53
"한 단어
- 하나의 돌
차가운 강물 속
또 다른 돌 하나
이곳을 건너려면
더 많은 돌이 필요하다."
(말)
p.61
"길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스스로 걸어야 한다
모르는 곳으로
먼 길이다
길은 그런 것
오직 스스로
걸어야 한다 길은
돌아올 수 없다
어떤 길을 걸었는지
남기지 마라
지나간 처음의 길은
바람이 지우리"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