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食性 人間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하나 뿐인 마음
2024. 8. 22. 22:50
이원하 시집. 문학동네.
제주는 섬이지만 바다를 건너야만 도달하기에
어쩌면 섬보다 바다가 먼저다.
현무암은 돌이지만 화산의 텅 빈 흔적으로 드러나니
어쩌면 단단함보다 없음이 먼저다.
아린 마음은
붉은 채로 살이 돋았다
빨래를 하려고 일어났다가 오랜만에 쏟았다
내가 하도 울어서 바다가 생겼다
멍든 물을 뒤지다가 바람을 쓰러뜨렸다
파도도 내가 그랬다
온통 평상인 섬에서
마음을 들키며 살고 있었다
‘누워서 등으로 선을 만지는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