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食性 人間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하나 뿐인 마음 2024. 8. 30. 14:00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최연호 감수. 
 
"괴롭힘은 조용히 뇌손상을 야기한다." 읽은 지는 한참 지났지만 리뷰를 남기는 지금 마음이 혼란스럽다. 어제 오늘 딥페이크 문제로 떠들썩하고(떠들썩한 정도여서 될 일인가...), 나 같은 사람은 이게 악마가 아니면 대체 뭐가 악마인가 싶다. 이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학대와 괴롭힘의 장면을 목격하는 것만으로 모욕과 불안, 덫에 갇힌 느낌이 들 수 있고 결국 우리들은 조금씩 함께 병들어가는데, 한 발 내딛는 동안에도 대체 몇 발을 뒷걸음치고 있나 싶어서 마음이 너무 괴롭다. 그래도 괴로움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뭐라도 해야한다. 
 
"나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책은 예외다. 지금 한국사회에 절실한 책이다."라고 평한 정희진 선생님의 말에 동감한다. 이 말 때문에 이 책을 읽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뇌는 많이 하는 일을 잘 한다고 하니, 힘이 빠지고 무력감에 괴로워도 나 자신을, 우리를 일으키기 위해 하고 또 해야한다. 책이라도 읽고, 나를 돌아보고, 믿고 응원하고, 온유한 마음과 친절한 태도로 모두를 대하고...


p.162 ~ p.163
"괴롭힘의 패러다임에서 가장 파괴적인 유산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괴롭힘의 패러다임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부정확한 꼬리표와 모욕적인 말로, 그러니까 나는 학대를 받을 만하고 그것은 내 잘못이며 내 책임이라는 질책으로 바꾼다. 그런데 괴롭히고 학대하는 사람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상황을 빠져나가 우리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관해 의심의 씨앗을 뿌린다."

p.164
"뇌는 많이 하는 일을 잘하게 된다."
 
p.165 ~ p.166
"마음속 가해자의 행동 양상이 나타나면 마치 덫에 걸린 것처럼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성장형 사고방식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신경가소성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신경망을 바꿀 수 있고, 반응적 성향을 현재에 집중하는, 대응하는 성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증거는 아주 방대하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p.167
"재능을 속삭이는 코치는 선수를 칭찬하거나 비판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학습자의 빠른 재간을 칭찬하거나 느린 성향을 나무라는 것 모두 역효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재능을 속삭이는 코치는 판단을 내리지 않고 상황에 대응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마음속 가해자가 아닌 공감 코치를 내면화하기로 결정했다면, 자신에게 끊임없이 남에게 친절하고 호기심을 가지라고(즉 남에게 공감하고 상황에 대응하라고) 일러줄 필요가 있다."

p.171 ~ p.172
"괴롭힘 또는 학대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학습된 무기력은 생겨날 수 있다. 단순히 학대와 괴롭힘의 장면을 목격하는 것만으로 모욕과 불안, 덫에 갇힌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런 유독한 감정은 반복적으로 일어나 만성이 되는 경우 우리 뇌에 특히 해롭다. 신경과학자 릭 핸슨Rick Hanson은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끼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단 몇 번만 해도 순식간에 우울증과 관련된 무가력증이 엄습할 수 있다“고 밝힌다."

p.183
"학습된 무기력의 우리에서 탈출할 때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장애물은 배운 것을 잊는 일이 배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아동기 시절, 자라고 발달하도록 준비된 우리의 탁월한 뇌는 괴롭힘의 패러다임이 내리는 모든 지령을 전부 흡수한다. 이런 일이 너무 흔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연결된 신경망을 끊고 배운 것을 잊고 괴롭힘의 패러다임에서 탈출하기가 어렵다. 이 패러다임은 너무 많은 사람을 극악무도한 학대에 저항하기는커녕 문제 제기도 못 하도록 바꿔놓았다. "

p.201
"반복하면 뇌가 연결되고 습관이 형성된다. 나쁜 습관은 반복할 때마다 더욱 굳어진다. 이제 지긋지긋한데도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때마다 잠시 멈추고, 자기가 또 한번 나쁜 방향으로 뇌를 연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라."

p.222
"수많은 신경학 연구에 다르면, 사람이 특히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으면 뇌는 다음 번 타격을 대기하느라 고도의 각성 상태를 유지한다. 이렇게 되면 생존과 안전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뇌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대부분 써버리기 때문에 다른 기능은 뒤로 밀린다. 뇌가 생존을 위해 과잉 각성을 유발하는 것이다."

p.223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그들의 몸에서 만성적인 불안감을 느낀다. 내면의 불안을 갉아먹는 식으로 이들은 과거를 되살린다. 이들의 몸은 본능적인 경고 신호로 끊임없이 폭격을 당하고, 이런 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종종 자신의 직감을 무시하고 내면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멍하게 받아들이는 데 달인이 된다. 자기 자신에게서도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224
"아이들은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결함을 내면화하면서 어느새 수치와 자기혐오에 휩싸이게 된다. 학대하는 사람을 해를 가한 인물로 명확히 인식하는 대신 아이들은 자신이 괴물 같다고 생각한다."

p.225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살인이다.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을 하면 자신을 학대하고, 희롱하고, 죽고 싶을 만큼 비참하게 만든 마음속 가해자를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뇌는 이런 가해자와 아주 효과적으로 한마음이 되고 이렇게 생긴 마음속 가해자를 너무 깊게 내면화해서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p.225
"입은 피해를 내면화하면 뇌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우리 뇌는 자신이 학대를 당할 만하다고 믿는다. 이것은 신경학적 왜곡이지만 아무도 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p.228
"아무 데도 분출할 곳이 없는 분노는 우울증, 자기 증오, 자기 파괴 행위의 형태로 자신에게 다시 돌아간다."

p.233 ~ p.234
"파괴적 행동이 아동기에 발생할 경우, 가정과 학교, 사법 시스템에서 혹독한 질책과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개인의 트라우마에 부채질을 할 뿐이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성인이 되면 이런 파괴적인 행동을 훨씬 교묘한 방법으로 숨긴다. 따라서 우리는 괴롭힘과 학대가 자체적으로 영속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p.233
"피해자는 학대를 자기 내부로 돌려 "우울증, 불안, 자살 사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증상을 보인다."

p.237
"학대의 대상이 되어 막강한 어른에게 충성심으로 묶이고, 살아남기 위해 이들 어른에게 공감하며 엮인 아이들은 자기들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들은 많은 이유로 신고를 하지 못하지만, 그중 한 가지 이유는 자기들이 학대 당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가해 어른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는다."

p.247 ~ p.248
"새로운 패러다임은 성인이 아이들에게 역경을 줄 경우 이들이 자라도 그 역경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런 아이들은 겉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고 건강해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우리가 이들의 머릿속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뇌는 역경과 학대의 상처를 성인기까지 지고 가기 때문에, 아동기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과 타인을 대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p.247
"어릴 때 괴롭힘의 패러다임 속에서 자란 성인은 그들의 역경을 자녀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악순환은 무시되고 부인되지만 이들의 건강은 아주 심각한 상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p.247
"중독은 중독성 물질의 남용 뿐 아니라 트라우 마나 학대 같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다시 말해 코카인의 유혹이나 흡연 또는 알코올에 빠지기 쉬운 유전적 소인이 중독에 영향을 주는 인자이기는 하지만, 한 개인이 아동기에 성인에 의해 반복적인 역경을 겪었는지 여부와 비교해보면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