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contemplativa

축일 선물

하나 뿐인 마음 2015. 6. 13. 05:37

데려온 첫날부터 별 걱정 없이 한창 잘 자라더니 어느날부터 시들시들 자꾸만 말라갔다. 말을 붙여도, 내가 먹는 물을 함께 나누어 먹어도, 시들어가며 잎을 하나하나 떨구어내는 걸 막을 도리는 없었다. 더 이상 어쩔 줄 몰라 함께 바람도 쐬고 산책도 하고 그러다가, 내가 더 이상은 해줄 게 없구나 싶어 바라본 며칠 전, 혼자서 이렇게 소리없이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마치 축일 선물처럼.

 

가끔 화분을 들고 산책을 나선다. 조용한 수녀방에서는 배우지 못할 흔들리는 법, 흔들리면서 균형을 잡는 법, 자유로운 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법, 흔들리지 않기 위해 마음 다잡고 꿋꿋하게 자신을 붙드는 법을 배우라고...

 

꽃 하나 피는 걸 짐작도 못하는 게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