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 contemplativa
세숫대야 바닷가
하나 뿐인 마음
2013. 6. 8. 06:15
몇년 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살다가 힘이 부친다 싶을 때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L신부님이 우리 병원에 계시던 시절,
말기 암환자 한 분이 바다를 그리워하셨다고 한다.
살아서는 더 이상 바다를 볼 수 없는 몸이었던 분의 하염없는 그리움이라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했는데
어느 날 L신부님께서 세숫대야를 들고 병실에 나타나셨다.
대야에 모래를 담고 물을 붓고 조개껍데기를 잔뜩 담아 오신 신부님께서는
소라 고등을 환자 귀에 대어 주시며 파도소리까지 들려주셨더랬다.
잘 살고 있는가 자문하게 되는 때가 있다.
내 삶이 힘에 부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세숫대야 바닷가를 떠올린다.
우리가 바닷가를 옮겨야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위로...
산을 옮길 믿음이 필요한 것이지
산을 옮기는 능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는 자각